우리가 초창기에는 아이를 진짜 제대로 추모를 안 했어요. 그냥 장례만 치르고, 아이를 위해서 실컷 울어주고 아이를 생각하고 그런 게 없었던 것 같아요. 그게 저한테는 제일 아쉬운 건데. 근데 이제 지금 후로는 우리 부모님들한테 진짜 필요한 것이, (초창기에는) 너무나 바빠가지고 집에서 그냥 아예 쓰러져서 잠자고 또 일어나서 활동하고 이랬는데. 점점점 갈수록 이 활동의 범위가 좁혀질 건데, 좁혀지면 나는 지금이라도 아이를 추모하고 애도하는 걸 좀 했으면 좋겠어. 아이하고 생각하고, 아이하고 머릿속에서 가슴속에서 눈을 감고 그냥 아이하고 ‘지혜야, 은정아, 호성아’ 이렇게. 나는 지금 그걸 하고 있는 것 같아요. “호성아 그러니? 너 어릴 때..” 갑자기 지금은 어린 시절로 같이 내려가 있는 것 같아요. “너 이랬었는데..” 그리고 아빠 얘기도 하고 “아빠가 참 그랬었는데 요즘 늙어가나 봐. 근데 살이 엄청 쪘는데 자기는 살이 안 쪘대 막 그런 게 그래 너도 보이지?” 그런 거. “형아는 잘 살고 있어. 근데 성격은 변하지 않았다.” (웃음) 이렇게 혼자 종알종알.. “근데 이제 많이 바뀐 건 엄마가 강해졌다는 거지. 넌 엄마 걱정 하나도 안 해(도 돼) 엄마가 엄청 강해지고 엄마 중심으로 많이 살아. 집에 와서 은근슬쩍 가만히 있어. 옛날에는 뭔가 하려고 노력했잖아. 엄마가 아니면 집 안이 안 돌아갈 거라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아. 설거지도 내팽개쳐 두고 소파에서 널부러져 있기도 해. 근데 아빠가 뭐 만들어준다. 근데 힘든 게 하나 있다 그런 거. 아빠가 똑같은 음식을 계속 만들어줘서 먹기가 너무 힘들어. 그래서 저번에는 이따가 먹는다 하고 아빠 잘 때 몰래 갖다 버렸어.(웃음)”