송해진(이태원 참사 희생자 이재현 엄마) 아무것도 안 할 수 있죠. 아무것도 할 수가 없고. 그런데 일이나 이런 걸 다 떠나서 우선은 재현이는 자살이잖아요. 스스로 어쨌든 자살의 형태로 죽은 거여서 저도 제가 자살할 수 있다는 생각을 굉장히 많이 했거든요. 하고 있고. 그러니까 성격도 그런 건 있지만 이렇게 뭐가 하나가 안 되면 그냥 확 놔버리는 타입이에요. 뭐가 하나 집중이 되고 꽂히면 정말 거기에 많이 몰입되어 있는 타입이기도 하고. 그래서 일이 됐건 무엇이 됐건 간에 뭘 하나라도 놓으면 아마 내가 다 놔버릴 것 같다는 불안감이 좀 있어요. 일을 그래서 더 계속 했던 것 같아요.
재현이 죽었어도 일주일간인가 약국 안 나오고 계속 약국에 나오긴 했었으니까 지금까지 나오면은 어떻게 제가 원한 건 아니었지만 주 처방 병원이 소아과잖아요. 소아과거든요. 그러니까 아기들이 되게 많이 와요. 그것도 좀 큰 아이보다도 좀 작은 아이들 신생아부터 영유아 아이들이 많이 오는데 근데 이 아이들을 보면은 그냥 좋은 거, 그냥 아기들을 보면 그냥 좋더라고요. 그래서 그냥 웃어지고 근데 그건 예전부터 이 약국 처음 오픈했을 때부터 그런 느낌은 있었는데 그게 더 커졌어요. 왜냐면은 생각해 보니까 내가 그렇게 그냥 웃을 수 있는 일이 이제 없어진 거예요. 우리 재현이가 나를 떠, 없어졌으니까 떠나버렸으니까. 그리고 사실 뭐 지금은 그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웃는다는 거에 대한 스스로 자책감이나 이런 것도 있고 사람들이랑 만났을 때 막 ‘내가 이렇게 웃어도 돼? 이렇게 즐거워도 돼?’ 이런 생각도 있기도 했었고. 그리고 그게 아니더라도 웃을 만한 일도 없고 뭐 울지 못해 사는 그런 것도 있었는데. 약국에서 그 아기들 아가들 얼굴을 보면 그냥 내 얼굴에 미소가 지어지는 거예요. 그렇게 힘든 상황이었음에도 불구하고. 그게 되게 좋아요. 지금도 좋아요. 그거는 그래서 참 다행이다. 이런 일을 내가 할 수 있는 거에 대해서는 그런 생각을 많이 해요.
어쨌든 기본적으로 약국이라는 거는 아픈 사람들 불편한 사람들을 맞이하고 그거에 대한 해결 방안을 제시를 해줘야 되는 거잖아요. 물론 그게 뭐 기계적인 응대나, 하루에도 100명씩 넘게 보는 사람들이니까 다 감정을 쏟을 수는 없기는 한데 어쨌든 안타까운 마음이나 아프겠다 뭐 이런 공감이나 이런 게 분명히 있거든요. 근데 이제 재현이가 죽은 다음에는 남의 감정이나 남의 상황에 대한 공감이 그런 생각 자체가 감정이 느껴지질 않는 거예요. 지금은 좀 달라지긴 한 것 같은데 그래서 약국에 아픈 사람들이 많이 오고 그래도 그렇게 막 안쓰럽고 안타깝고 이런 마음이 예전에 비해서는 정말 별로 아예 없어진 것 같은 그런 느낌도 많이 들었었거든요. 그래서 정말 기계적인 일 뭐가 필요하니까 이거를 주면 되고 그런 식으로 일을 생각을 하면서 했던 기간이 꽤 오래 있었어요.
‘내가 왜 이렇게 된 거야’ 생각을 해보니까 내가 나한테 쏟아붓는 에너지가 너무 많아요. 나를 제어하고 나를 컨트롤하고 막 이거에 쏟아붓는 에너지가 많으니까 남이 무슨 말을 하고 뭐 어떻게 하고 어떤 모습을 보여도 크게 감정적으로 그거에 이렇게 휘말린다고 해야 될까 그게 잘 안 하려고 하는 것 같아. 그러니까 그냥 살아지지가 않는 거예요. 그런 생각이 들었어 맞아. 하루하루를 그냥 눈 뜨니까 살잖아요. 난 오늘은 왜 살아? 그러면 어제는 왜 살았지? 그리고 나는 내일은 무엇 때문에 살 거야 이런 생각 안 하고 그냥 살잖아요. 별 생각 없이. 근데 지금 같은 경우는 끊임없이 ‘왜 살아야 되지?’ 이런 이유를 계속 생각을 해야 되는 거예요. ‘굳이 살아야 될까’ 이런 생각? 이런 게 많이 힘든 것 같아요.
그러니까 뭐 진상 규명 책임자 처벌 이런 말을, 사실 맨 처음부터 그 말이 어떤 말인지 모르고 어떤 뜻인지 모르고 그냥 해야 되니까 해야 되는 분위기였고 나는 피해자임을 또 나는 주장을 해야 되는 상황인 적도 있었고. 그래서 그냥 그렇게 따라 했었던 시간이 꽤 긴 거죠. 그리고 물리적으로 시간이 필요해요. 정말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알아야 되고 내가 이해를 해야 되는 게 그래서 되게 중요한 문제구나. 이런 게 이제 시간이 좀 지나니까 좀 깨달아지기도 하고. 어떻게 보면 다른 세계가 열린 거야. 이게 유가족 애 잃은 유가족이 되다 보니까 완전 다른 세상이 돼버렸어요.